봉래인형이야기-인형, 로봇, 슈팅게임[4-3] 봉래인형이야기

분명 처음 뵙는 ZUN입니다.
오랫동안 창곡활동을 해 왔습니다만,무심코 음악 CD를 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라면, 실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러브인 겁니다.

특히 지금의 소쇄한 락댄스계 게임 뮤직이 아니고,
한 옛날전의 스트레이트한 게임 뮤직을 좋아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녀틱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취미인 분도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앤티크한 오리지널곡을 작곡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CD를 들으면 왠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든간에 길을 벗어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겠지요.
봉래인형은 「비 치유계」CD인지도 모릅니다. 목을 매달질 않나.

 2002.8.11 ZUN (정직촌의 사생아, 가장 고소공포증인 나)


- 봉래인형 C61발매판에서 ZUN의 코멘트 -



규칙을 지키는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규칙에도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좀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가 될 때 일어난다.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 규칙을 위해 개인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슈팅게임과 로봇물이 전성기를 끌던 버블경제시기는 조직과 회사를 위해 개인의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시기이다. 개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알게 모르게 혹사시켰다. 그래도 그때는 그만큼의 보상이 보장되었다. 국가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였고, 개개인의 수입은 든든하였다.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면 나의 미래가 보장되었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고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노동과 보상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더이상 개개인의 행복을 양보하면서까지 조직문화에 충성할 의미가 없어졌다. 

거대로봇을 운영하려면 군대 수준의 조직이 필요하다. 에반게리온을 운영하는 조직 NERV만 하더라도 대대 수준의 규모와 계급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브컬처에서 소비되고 있던 로봇은 조직문화의 산물이다. 최근에 로봇물들이 미진한것도 현 세대들의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해석할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아는것은 굉장히 의미깊은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방프로젝트는 1인이 만든 인디게임의 부류에 속하지만 게임성만 놓고 봤을때는 사실상 정통 슈팅게임이다. ZUN부터가 슈팅에 정통한 사람인데 이전부터 슈팅게임을 좋아했었고, 대학생활을 할때도 슈팅게임을 만들어 왔으며, 타이토라는 슈팅게임으로 이름날린 회사에 취직해서 퇴사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슈팅게임의 대세가 로봇이라는것을 인지하지 못했을리는 없다. 그리고 타이토 이전에 구작 동방프로젝트에서 탱크등 기갑류등이 등장한걸로 보았을때 딱히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성향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작동방은 다르다. ‘비상천’이라는 이벤트성 설정을 제외하고 로봇은 코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문명에 대한 노골적인 안티테제를 보이는것이 동방이다.

물론 무녀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ZUN혼자서 만들어낸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는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기계와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더이상의 살기위한 극기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이상 수수께끼의 세력이 목숨을 위협하지도 그렇게 싸워서 남을 짓밟고 쟁취하는 승리도 아니라는것이다. 그것을 위해 더 이상의 조직이 필요하지도 거기에 충성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대신에 있는건 소녀라는 작가의 솔직한 취향이다. 우리세대는 이전세대보다 확실히 개인의 욕망에 솔직해질수 있게되었다. 물론, 완벽한건 아니다. 동방프로젝트에서는 로봇대신 인형이라는 좀더 순화된 상징이 존재한다. 결국엔 로봇이라는것 또한 로리타콤플렉스와 마찬가지로 사회제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보상심리가 성적(패시티즘)으로 나타났을때의 한가지로서 로리타 콤플렉스가 되는것이고, 폭력적 상황으로 나타났을때가 로봇으로 적을 무찌르는 상황인것이다. 

따라서 트라우마가 개선된 현 세대들의 서브컬처는 <최종병기 그녀>와 같은 ‘전투미소녀’의 과정을 거쳐 <K-ON!>과 같은 비폭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지향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동방프로젝트는 시기상으로 놓고 봤을때 ‘전투미소녀’가 인기를 끌었을 시기의 작품이다. 동방또한 설정에서는 놀이를 지향하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경험은 나와 적의 전투라는 느낌이 강한것이 게임태생적인 한계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플랫폼이 바뀌면 싸움의 경험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질수 있다는것이다. 이게 재미있다. ZUN은 ‘봉래인형’을 통해서 동방프로젝트가 싸움을 지향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한다. 이것은 이후 ‘비봉클럽’이라는 것을 통해서 확실시 된다. 비봉클럽은 동방프로젝트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하면서 흘려듣게 되던 음악을 재 발굴함으로서 기존의 관념을 희석시키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수 있게 해준다. 동방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선구자적인 작품이다.








이 글은 코믹과 온리전등 동방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인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평집 <봉래인형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본문은 상단의 이미지 파일을 제외한 저작권은 천연마에게 있으며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cc저작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글 내부에 자체적인 언급이 없는 한 모든 글은 위 라이선스를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