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녀전기'에 받은 인상에 대하여 서브컬처

※기준은 애니판이며 원작및 이외의 미디어믹스는 보지 않았습니다


0. 주인공의 캐릭터 디자인
주인공의 캐릭터 디자인은 초창기 RAITA(19금 상업지를 만드는 작가)의 그림이 연상된다. 마르다못해 앙상한 로리타 캐릭터
날카롭다 못해 불안정해 보이는 캐릭터에 RAITA는 그의 가학적 패티시를 표출하였지만, 유녀전기는 작가가 오히려 피학적 성향일것같은, 주인공 타냐 데그레챠프에게 가학적인 면모가 주어졌다. 타냐의 눈은 굉장히 큰 편인데, 원작 일러스트의 그림을 보면 마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불을 킨것마냥 반짝인다. 뇌과학적으로 사람은 눈을 보고 얼굴을 판단하고 감정으로 인식을 한다고 한다.(보통은 물체로 인식을 한다.) 종합하자면, 타냐 데그레챠프의 캐릭터 디자인은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보이면서도 그 감정이 여과없이 표현될것만같은 굉장히 불안정해보이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1. 남자인가 여자아이인가?
기본적으로 아니메에 등장하는 여성주인공들, 특히 전투를 하는 미소녀들은 성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성격이나 행동적인 면에서 '남성'으로 보일수 있었던 사례가 많다. 주요 시청자들인 남성들에게 호감(여성적 외모)을 사면서도 공감(남성적 취향)을 얻는 장치로 기능하는데 이러한 양면적인 모순은 실제하는 여성들의 성향을 은폐하고 성적 대상화를한다고 꾸준히 지적받아오던 점이었다. 그런데 이작품은 오히려 그 점을 역으로 활용하였다. 신체는 여자아이지만 들어있는 사고는 유능하고 이기적인 남성이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 본 캐릭터는 작품내에서 성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다, 단순히 성적소비를 거부하는것이라면 왜 굳이 로리타 여캐로 만들 필요가 있던걸까? 캐릭터의 잔혹함을 역설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


2. 밀덕의 독특한 점
밀리터리 오타쿠, 줄여서 밀덕들은 일반적인 아니메의 덕후들과는 성적 소비에 대해서 다른 성향을 보인다. 속칭'비키니 아머'라고 불리는 어레인지는 밀덕들에게 고증을 무시한 모욕으로 취급받는다. 미소녀를 그려도 방탄조끼에 달려있는 잡동사니까지 완벽하게 묘사하는 이들에게는 디테일이 패티시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일부의 혐오와 일반적인 사람들의 궁금함과는 달리, 밀덕들의 카타르시스는 (일반적인 액션물에서 느껴지는것 이상의)학살이 아닌 무기들의 스펙을 비교하는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밀덕들은 어느정도 역(사)덕들과 성향을 공유한다.


3. 전쟁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무고한 피해자들을 감정적으로 묘사하는게 전쟁영화의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지만 일본의 밀리터리물들은 전쟁의 경과를 시뮬레이팅하는게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를 전진시키면 포떼주고 차로 장군때린다"는 식의 전개는 밀덕들의 취향을 충족시켜줄수는 있을지언정, 실제의 전쟁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전들을 필연적으로 성공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에는 작가의 주관이 굉장히 깊게 들어갈수밖에 없는데, 일본밀리터리물들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4. 마도부대, 비대칭 전력화 된 항공편제
유녀전기의 주인공 타냐 데그레챠프는 마도부대라는 특수부대의 대대장을 맡는다. 마도부대는 공중을 날라다니면서 폭격기 수준의 화력을 소총으로 쏴대는 강력한 병과이다. 그런데 유녀전기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다. 1차세계대전은 아직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공전력이 전세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1차 세계대전은 철저한 참호전 위주의 양상을 보였고, 기관총, 독가스, 철조망, 그리고 탱크가 주역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것을 무시하는게 '마도부대'라는 비대칭적인 항공전력이다. 탱크를 11화에 들러리로 단 한번 등장하게 만든 마도부대의 존재로 전쟁의 양상은 오히려 2차세계대전의 면모를 보이기까지 하게 된다. 정확히 말해서, 프랑스를 비롯한 적국은 1차세계대전인데, 아군인 독일군 혼자 2차세계대전을 하고 있는 꼴이다. 목재에 천을 두른 항공기를 날리던 시대에 로켓을 개발하여 날리는것을 작가의 편애로 해석하는것이 부당한가?
어째서 일본은 주축국에 감정을 이입하는것일까? 과도한 해석을 자제하려고 해도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니다. 왜 하필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비행편제일까? 어쩌면, '제로센'으로 대표되는 태평양 전쟁때의 함재기 위주의 전쟁양상이 반영된것은 아닐까?


5. 냉혹한 악마는 어째서 평화주의자가 되는가
주인공 타냐 데그레챠프는 전생인 일본의 샐러리맨이었을때도 그의 죽음의 계기가 되었을 정도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묘사가 된다. 1차 세계대전의 장교로 다시 태어났어도 그의 참혹함은 변함이 없어 그에게 항명하는 부하를 죽음으로 내몰고, 천진난만한 아이 목소리로 선전포고를 함으로서 적국을 무력화 시킨다.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라인의 악마, 사령부 고위간부조차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그녀지만, 본격적으로 대대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부하를 아끼면서 전쟁을 빨리 종결짓고자하는 모습이 부각된다. 
물론 주인공이 평화를 원하는것은 인도주의적인 목적이 아니라 '존재X'라고 불리는 신과의 게임에서 목숨을 살고자 하는 개인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그러한 급작스러운 변화는 (분명히 소설판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어있는, 분량이 한정된 애니판에서 부각된 점이겠지만) 역설적으로 전쟁과 살육이 정당화 되는 문제를 낳는다. 즉, 최소한의 사람을 죽이는것이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살수 있다는 공리주의의 오류에 빠지게 되는것이다. 아직 1화가 남아있다. 애니제작진들은 어떤 결론을 내놓을것인가?


덧글

  • 개발부장 2017/03/31 13:04 # 답글

    소설만 소비하는 타입으로서 설명드리자면,

    4. 적에게도 항공마도사부대는 있습니다. 그것도 잔뜩. 이미 작중 시점에서 항공기에 비해 비용대효과가 불리하게 되어가고 있으며, 타냐가 없었다면 1차대전기와 마찬가지로 지리하게 참호전 하다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타냐가 있는 바람에 1차대전처럼 어중간하게 끝났을 전쟁이 2차대전처럼 수도까지 짓밟힌 거지만.

    5. 타냐는 평화주의자인 게 아니라 전쟁하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초기에 나선 것은 국민성과 국가의 전략적 위치상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 그것도 군에서 출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고 부하를 아끼는 것은 그게 자신의 평가에 가점이 되기 때문이며 후기에는 연방 및 합중국의 참전으로 승리할 수 없게 되었기에 어떻게든 끝내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이놈에게는 애국심도 선의지도 심지어는 공리주의조차(...) 없다고 사료됩니다.
  • ㅇㅇ 2017/06/11 12:11 # 삭제 답글

    는독뽕씹딱오타쿠물. 딱 그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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