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인형이야기-봉래인형 이후와 낙원의 밖으로[5] 봉래인형이야기

아마도 처음 뵙겠습니다, ZUN입니다. 이 CD는, C62에서 프레스판으로 발표했었습니다.

노래자체는 꽤 옛날에 만든 곡뿐이라 지금 들으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대부분이 자작 슈팅 게임에서 사용한 곡의 어레인지입니다.
옛날의 「아케이드 세대의 게임 뮤직같은」기분을 느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을 버리고 해외로 날아갈까 생각중인 분들도,
꼭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 봉래인형 위탁판에서 ZUN의 코멘트 -




봉래인형은 동방프로젝트의 세계관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감각적인 시도가 들어간 작품이다. 하지만 첫작품이기 때문에 거친 느낌이 존재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ZUN의 지향점이 변화한것이 있다. 이점에 대해 시간을 들여 서술하면 좋겠지만 이는 다음작품을 통해 설명하기로 하자. 이번에는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봉래인형의 직접적인 계승자는 역시 비봉클럽이다. 스토리자체는 개별적인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한 봉래인형과는 달리, 비봉클럽은 동방프로젝트의 파생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대신 우사미 렌코와 ‘마에리베리 한’이라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오리지널곡과 함께 게임내에 등장했던음악을 함께 수록함으로서 새로운 맥락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초창기 ZUN의 코멘트를 보면 작가 본인의 동방뇌와 게임뇌를 구분하는 코멘트가 있다. 그 말에 의한다면, ‘동방프로젝트’는 게임뇌로 만들고 비봉클럽은 그 게임을 동방뇌로 재 해석하는 이야기라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본인이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놓는다는 발상은. 지금의 동방을 있게해준 2차창작과 팬덤을 가능하게 해준 원동력이다. 

그러나 세카이계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비봉클럽이 그 자체로서 고착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사미 스미레코는 비봉클럽의 초대회장이자 비봉클럽에 등장하지 않고 게임에 등장한다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독특한 포지션 만큼이나 설정도 독특한데, 그녀에게서는 바깥세계에서 환상향으로 넘어왔다는 설정있을 뿐만 아니라 바깥세계에서의 이력이 공개된 캐릭터이다. 

지금까지 동방프로젝트의 설정은 바깥세계에 대한 디테일한 언급을 자제하였고, 설령 환상향 내부의 캐릭터들이라고 해도 환상향연기등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디테일한 설명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우사미스미레코는 히가시후카미고등학교의 1학년이자 초대 비봉클럽의 회장으로서 중학교시절에 무엇을 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지 지의 경위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는 동방프로젝트내에서 구체적인 시간 개념이 도입된 사례라고 설명 할 수 있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영원한 시간은 노스텔지어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시간이 등장했다는것은 지금까지의 동방프로젝트와는 다른 노선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된다. 사실상 ‘봉래인형’에서 쌓아올렸던 멈추어진 낙원의 환상향을 스스로가 무너뜨린것이다. 동방은 이제 ‘영나암’이나 ‘자가선’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간개념을 도입하고 환상향 자체의 규율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마치며

‘봉래인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봉래와 상해는 고전적인 일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과 개화기 시절의 옥시덴탈리즘에 대한 그리움이다. 인형은 어린시절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다. 과거 슈팅게임의 감성을 통해 표현되던 감성이다. 

환상향의 모토를 생각해보자, ‘잊혀진 자들의 환상향이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봉래인형’은 급속도로 고도성장화되면서 사회가 인간에게 요구했던 과도한 요구속에서 한 개인이 피로를 버티지 못해 내지르게 된 비명이다. 한마디로 ‘소년기로의 퇴행욕구’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비명은 반대로 그에게 새로운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프로이트식 표현을 빌리자면 ZUN이 ‘동방프로젝트’라는 예술작품을 만들게 되면서 자신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해소하는 승화Sublimation 의 과정을 거치게 된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을 만드는 습관은 비봉소녀로 계승되어 스스로가 스스로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관점의 다양성’을 획득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동방프로젝트는 많은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앞으로의 동방프로젝트는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줄것이다. 그리고 봉래인형은 그러한 변화가 특별한 누군가에 의해지는것이 아닌 사실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시작이였다는것을 보여주는 첫발자국으로서 남아있을것이다.









이 글은 코믹과 온리전등 동방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인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평집 <봉래인형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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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인형이야기-인형, 로봇, 슈팅게임[4-3] 봉래인형이야기

분명 처음 뵙는 ZUN입니다.
오랫동안 창곡활동을 해 왔습니다만,무심코 음악 CD를 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라면, 실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러브인 겁니다.

특히 지금의 소쇄한 락댄스계 게임 뮤직이 아니고,
한 옛날전의 스트레이트한 게임 뮤직을 좋아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녀틱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취미인 분도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앤티크한 오리지널곡을 작곡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CD를 들으면 왠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든간에 길을 벗어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겠지요.
봉래인형은 「비 치유계」CD인지도 모릅니다. 목을 매달질 않나.

 2002.8.11 ZUN (정직촌의 사생아, 가장 고소공포증인 나)


- 봉래인형 C61발매판에서 ZUN의 코멘트 -



규칙을 지키는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규칙에도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좀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가 될 때 일어난다.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 규칙을 위해 개인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슈팅게임과 로봇물이 전성기를 끌던 버블경제시기는 조직과 회사를 위해 개인의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시기이다. 개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알게 모르게 혹사시켰다. 그래도 그때는 그만큼의 보상이 보장되었다. 국가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였고, 개개인의 수입은 든든하였다. 회사에서 성실히 일하면 나의 미래가 보장되었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고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노동과 보상의 균형이 깨져버렸다. 더이상 개개인의 행복을 양보하면서까지 조직문화에 충성할 의미가 없어졌다. 

거대로봇을 운영하려면 군대 수준의 조직이 필요하다. 에반게리온을 운영하는 조직 NERV만 하더라도 대대 수준의 규모와 계급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브컬처에서 소비되고 있던 로봇은 조직문화의 산물이다. 최근에 로봇물들이 미진한것도 현 세대들의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해석할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아는것은 굉장히 의미깊은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방프로젝트는 1인이 만든 인디게임의 부류에 속하지만 게임성만 놓고 봤을때는 사실상 정통 슈팅게임이다. ZUN부터가 슈팅에 정통한 사람인데 이전부터 슈팅게임을 좋아했었고, 대학생활을 할때도 슈팅게임을 만들어 왔으며, 타이토라는 슈팅게임으로 이름날린 회사에 취직해서 퇴사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슈팅게임의 대세가 로봇이라는것을 인지하지 못했을리는 없다. 그리고 타이토 이전에 구작 동방프로젝트에서 탱크등 기갑류등이 등장한걸로 보았을때 딱히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성향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작동방은 다르다. ‘비상천’이라는 이벤트성 설정을 제외하고 로봇은 코빼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문명에 대한 노골적인 안티테제를 보이는것이 동방이다.

물론 무녀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ZUN혼자서 만들어낸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는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기계와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더이상의 살기위한 극기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이상 수수께끼의 세력이 목숨을 위협하지도 그렇게 싸워서 남을 짓밟고 쟁취하는 승리도 아니라는것이다. 그것을 위해 더 이상의 조직이 필요하지도 거기에 충성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대신에 있는건 소녀라는 작가의 솔직한 취향이다. 우리세대는 이전세대보다 확실히 개인의 욕망에 솔직해질수 있게되었다. 물론, 완벽한건 아니다. 동방프로젝트에서는 로봇대신 인형이라는 좀더 순화된 상징이 존재한다. 결국엔 로봇이라는것 또한 로리타콤플렉스와 마찬가지로 사회제도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보상심리가 성적(패시티즘)으로 나타났을때의 한가지로서 로리타 콤플렉스가 되는것이고, 폭력적 상황으로 나타났을때가 로봇으로 적을 무찌르는 상황인것이다. 

따라서 트라우마가 개선된 현 세대들의 서브컬처는 <최종병기 그녀>와 같은 ‘전투미소녀’의 과정을 거쳐 <K-ON!>과 같은 비폭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지향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동방프로젝트는 시기상으로 놓고 봤을때 ‘전투미소녀’가 인기를 끌었을 시기의 작품이다. 동방또한 설정에서는 놀이를 지향하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경험은 나와 적의 전투라는 느낌이 강한것이 게임태생적인 한계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플랫폼이 바뀌면 싸움의 경험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질수 있다는것이다. 이게 재미있다. ZUN은 ‘봉래인형’을 통해서 동방프로젝트가 싸움을 지향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한다. 이것은 이후 ‘비봉클럽’이라는 것을 통해서 확실시 된다. 비봉클럽은 동방프로젝트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하면서 흘려듣게 되던 음악을 재 발굴함으로서 기존의 관념을 희석시키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수 있게 해준다. 동방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선구자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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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인형이야기-인형, 로봇, 슈팅게임[4-2] 봉래인형이야기

분명 처음 뵙는 ZUN입니다.
오랫동안 창곡활동을 해 왔습니다만,무심코 음악 CD를 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라면, 실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러브인 겁니다.

특히 지금의 소쇄한 락댄스계 게임 뮤직이 아니고,
한 옛날전의 스트레이트한 게임 뮤직을 좋아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녀틱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취미인 분도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앤티크한 오리지널곡을 작곡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CD를 들으면 왠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든간에 길을 벗어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겠지요.
봉래인형은 「비 치유계」CD인지도 모릅니다. 목을 매달질 않나.

 2002.8.11 ZUN (정직촌의 사생아, 가장 고소공포증인 나)


- 봉래인형 C61발매판에서 ZUN의 코멘트 -




그런데 이 당시에는 다른 조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그것은 포스트모던이라는 사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 많은이들이 무고한 피를 흘렸고, 두차례의 광기와 참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기존의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인문, 철학, 예술, 사회계등에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다. 가령 첨단문명을 반대하고 자연인으로 살자는 히피즘,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에 반대해 신비주의 종교사상에서 출발한 뉴에이지 음악등도 유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여파는 일본에서도 큰 영향을 끼쳐 사카모토 류이치나 미야자키 하야오등의 예술가들을 배출하게 된다. 

당연히 포스트모던의 사조는 서브컬처로 흘러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 기존 로봇물의 사조와 충돌을 하게 된다. 최첨단의 기술을 바탕으로 부국강병을 과시하는 로봇물의 특성은 합리주의적인 문명에 대한 반발심리가 반영된 포스트모던의 경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것이었다. 하지만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당시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오버테크놀로지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수수께끼의 외부세력에 의해 인류의 존속이 위협을 받게되고 거기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암울한 싸움을 하게된다는 내용들이었다. 

슈팅게임은 대다수가 이러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서 거대로봇의 역할은 플레이어 기체를 위협하는 중요한 역할로 작용하였다. 어린시절 인기를 끌었던 <스트라이커즈 1945>의 보스들도 궁지에 몰리면 비행기나 탱크에서 로봇으로 변신을 하였고,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텐가이>또한 일본 전국시대라는 설정이면서 로봇과의 싸움을 하게되는 방식이었다. 타이토의<다라이어스>라는 작품은 세기말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가진 작품의 대표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ZUN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어떠한 물고기모양의 기계로봇들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슈팅게임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태생부터가 일본에 만들어진 슈팅게임은 무수한 총탄이 왔다갔다하는 슈팅게임은 스치면 죽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플레이어에게는 거의 고정된 플레이 시간속에서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는 극기의 상황이 강요되고 한순간에 죽을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한편으로는 함께 무수한 탄들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승리를 거두는 쾌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슈팅게임에서는 강자의 쾌감을 만끽하려고 하는 일본식 모더니티와 약자와 강자의 이분법자체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티가 공존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 극단을 하나로 묶어주는것은 극히 제한된 자유도와 절대적인 규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공학의 정수가 로봇이다. 슈팅게임, 아울러 일본의 서브컬처가 로봇에 열광했던 이유는 규칙에 대한 특별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은 코믹과 온리전등 동방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인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평집 <봉래인형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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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인형이야기-인형, 로봇, 슈팅게임[4-1] 봉래인형이야기

분명 처음 뵙는 ZUN입니다.
오랫동안 창곡활동을 해 왔습니다만,무심코 음악 CD를 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라면, 실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러브인 겁니다.

특히 지금의 소쇄한 락댄스계 게임 뮤직이 아니고,
한 옛날전의 스트레이트한 게임 뮤직을 좋아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녀틱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취미인 분도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앤티크한 오리지널곡을 작곡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CD를 들으면 왠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든간에 길을 벗어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겠지요.
봉래인형은 「비 치유계」CD인지도 모릅니다. 목을 매달질 않나.

 2002.8.11 ZUN (정직촌의 사생아, 가장 고소공포증인 나)


- 봉래인형 C61발매판에서 ZUN의 코멘트 -





올해 헐리우드에서 영화 <공각기동대>가 개봉될 예정이다. 지금은 약간 올드해진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공각기동대는 시로마사무네 원작과 오시이 마모루 감독으로 꽤 유명했던 애니메이션이다. 

공각기동대의 내용을 압축해서 이야기하자면 사이보그(로봇의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다. 인간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 해킹범죄로 인해 기억까지 조작될수 있는 시대에서 과연 자신의 영혼을 생명이라고 부를수 있는것일까, 어쩌면 단순한 하나의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사이보그와 로봇을 다루는 SF장르이다 . 그런데 감독은 묘하게 인형과 로봇을 병치시켜 놓는다. 인간과 똑같은 외형을 한 안드로이드는 사실상 인형과 다를바가 없다. 로봇의 역사는 자동인형을 만드는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만지고 노는 인형과 과학자들이 사람모양의 로봇을 만드는것에는 그것이 자율적인 의사를 가지고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ZUN이 언급하고 있는 ‘인형’또한 일본 서브컬처의 로봇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볼수 있는거 아닐까? 

최근 흐름이 변화한 감이 있지만, 6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서브컬처에서 로봇은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였다. 그리고 그 로봇물의 상당수는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어떠한 위협에서의 방위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경우가 많았다. 

<아이돌마스터 제노그라시아>의 사례를 보자. 아이돌 = 전쟁을 수행하는 로봇의 파일럿이라는 발상이 지금으로서는 괴악하게까지 보이지만 당시로서는 얼마든지 가능했었다. <에반게리온>에서 주인공 신지가 나는 더이상 로봇을 타고싶지 않다고 외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소년이 전쟁병기를 타고 다니는것에 이의를 제기한 이들은 없었다. 

어째서 서브컬처에서 로봇은 병기의 역할을 수행했을까? 서브컬처 비평가 아즈마 히로키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서브컬처의 문화를 패전의 상흔으로 인한 일본적인 주체성의 상실과 80년대 내셔널리즘과 엮어 일본이 세계의 최첨단이라는 환상을 가져다주는 패티시즘으로 작용한다고 말하였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미국에게 묘한 경쟁심리와 콤플렉스를 보이고 있다. 페리제독에 의한 개항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의 정면충돌과 패배, 맥아더 치하의 군정시기를 거쳤다는점에서 일본과 미국은 묘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전쟁의 특수를 계기로 전후복구를 가속하고 국력을 발전시켰고, 버블경제시기때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경제규모의 경쟁에서 미국의 1위자리를 탈환함과 묘하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역사적 관계에서 본때를 제대로 보여줄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일본사회의 자신감은 서브컬처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로봇이다. 로봇은 첨단기술인 컴퓨터공학과 당대의 트렌드였던 우주공학을 아우를수 있는 소재였다. 미국의 팝컬처에서 영향을 받은 일본의 서브컬처는 ‘세계평화를 수호자’라는 스토리텔링을 수용하였고 멋지고 강력한 거대로봇으로 우주를 수호하는 로봇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글은 코믹과 온리전등 동방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인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평집 <봉래인형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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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인형이야기-어린아이의 형상을 한 인형[3-2] 봉래인형이야기

분명 처음 뵙는 ZUN입니다.
오랫동안 창곡활동을 해 왔습니다만,무심코 음악 CD를 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라면, 실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러브인 겁니다.

특히 지금의 소쇄한 락댄스계 게임 뮤직이 아니고,
한 옛날전의 스트레이트한 게임 뮤직을 좋아하는 분에게 최적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녀틱해져 있기 때문에,
그러한 취미인 분도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양풍과 서양풍으로,
앤티크한 오리지널곡을 작곡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이 CD를 들으면 왠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뭐든간에 길을 벗어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겠지요.
봉래인형은 「비 치유계」CD인지도 모릅니다. 목을 매달질 않나.

 2002.8.11 ZUN (정직촌의 사생아, 가장 고소공포증인 나)


- 봉래인형 C61발매판에서 ZUN의 코멘트 -



생각해보면 기묘하다. 어째서 서브컬처에서는 어리고 귀여운 캐릭터가 인기를 끈 것일까? 본디 취향이란 훈련의 과정이다. 사람이란 많이 보고 익숙한것에 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필자가 의문을 가지는점은 지금의 로리타문화가 아닌 조금 예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것이다. 즉 일본 서브컬처에서 로리타 문화가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된 것일까?

사람들은 귀엽고 어린 대상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로리타문화는 이런 순수함에 의한 동경으로 형성되었다. 어째서 그시절(70~00년대초반) 문화에서는 이런 순수함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까?

순수함을 갈망하는 이들은 자신이 더럽고 추악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즉, 일본사회 특유의 로리타콤플렉스는 트라우마, 그것도 집단적인 규모로 인한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제도적 특성에 기인한다. 현대의 교육정책과 사회제도는 20세기 초 프러시아의 군대식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인간상을 양성하기 위해 개개인의 자율성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러한 개인주체의 부정으로 인한 폭력적 트라우마중 하나가 제복소녀에 대한 페티시즘이다. 남자가 군대얘기에 집착하는 이유, 병역기피자에 대한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인한 보상심리이다.

서브컬처에서의 로리타 콤플렉스에 대한 원인. 즉,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대한 집착도 사회제도에서 기인한 폭력적트라우마로 인한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정책이 완화된 고이즈미 정부의 유토리정책이후 서브컬처에서 학원폭력물이 눈에띄게 줄어들었고 로리타물의 소비성향도 이전과는 달리 외형적인 모습에 중점을 두는쪽으로 소비성향이 바뀌게 된다.

서브컬처에서의 로리타콤플렉스는 자신에게 결여되었다고 느끼는 순수함을 로리타캐릭터를 통해서 대신 충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봉래인형은 왜 단순한 로리캐릭터가 아니라 하필 그로테스크가 양면하는 인형으로 표현을 하였던것일까? 그것은 늙지 않음으로 인한 시간의 정지성을 극대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리타문화는 어린아이가 언제까지고 순수한 모습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시간이 존재하는 이상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사람이 늙어버리는건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사람이 언제까지고 변화하지 않고 순수한 모습을 유지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는것밖에는 없다. 죽음을 통해 그들을 추악한 늙음으로 인도하는 ‘시간’은 영원히 멈추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죽음은 매우 매혹적이다. 순수한 아이에게 시간을 뺀 모습, 그것이 인형이다. 인형은 생명이 없이 때문에 아름답다, 인형은 영원히 정지된 시간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가 관점을 다르게 보는순간 인형은 매우 그로테스크해진다.

하지만, 문학적 인형이 영원히 정지된 공간을 살아간다고 해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것을 알기에. 아름다운 과거는 언제나 쓸쓸하고 애틋하다. 그렇기 때문에 봉래인형의 기괴한 이야기 또한 한편의 레트로 러브가 될 수 있는것이다. 과거에 아름다웠던 나 자신에 대한 사랑, 나르시시즘이다.

‘정직한 자’는 죽을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달리말하자면, 정직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추악해지지 않기 위해 죽을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한 명의 소녀는 시간에 초월한 존재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녀는 시간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더이상 살아갈수 없다. 따라서 그녀는 더 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는공간, 그래서 매우그립고 한편으로 쓸쓸한 공간인, ‘환상향’으로떠나게 된다.







이 글은 코믹과 온리전등 동방프로젝트와 관련된 동인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비평집 <봉래인형 이야기>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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